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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필수 커피품종 체험기

by chirovlog 2025.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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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ica: 고전의 정수를 맛보다

Typica는 커피 품종의 조상 격인 존재다. 에티오피아 아라비카 계통에서 출발해 예멘을 거쳐 인도, 인도네시아, 그리고 브라질과 콜롬비아까지 전 세계에 퍼졌다. 하지만 Typica라고 다 같은 맛은 아니다. 대표 하위 품종으로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 코나, 수마트라 Typica가 있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은 은은한 견과류 향과 함께 부드러운 산미가 입안에 맴돈다. 하와이 코나는 훨씬 더 밝은 산미와 시트러스 계열의 향이 뚜렷하다. 콜롬비아 Typica는 카카오의 쌉싸름한 여운을 동반한다. Typica의 기본은 '균형'이다. 쓴맛, 단맛, 산미가 극단적이지 않다. 대신 음용 시 편안하고 정제된 느낌을 준다. 대표 생산국은 자메이카, 하와이, 페루,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등이며, 고도 1500m 이상에서 재배될수록 향미가 진해진다. 바리스타라면 Typica는 단순한 원두가 아닌 커피 역사의 시작점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며, 블루마운틴 필터 브루잉을 통해 그 깊이 있는 풍미를 반드시 체험해야 한다.



Bourbon: 단맛과 무게감의 교차점

Bourbon 품종은 Typica에서 변형되어 탄생한 대표적 아라비카 계열이다. 원산지는 프랑스령 부르봉섬(현 레위니옹)이며, 브라질과 중남미로 확산되며 강한 단맛과 높은 바디감을 자랑하게 됐다. 대표 하위 품종으로는 레드 버번, 옐로 버번, 핑크 버번이 있으며, 최근엔 오렌지 버번, 버번 아지 등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브라질 옐로 버번은 캐러멜과 구운 바나나의 향이 매력적이며, 핑크 버번은 은은한 꽃향기와 복숭아, 딸기 계열의 과일향이 특징이다. 레드 버번은 초콜릿과 스파이스 한 뉘앙스를 동반하며 에스프레소에 특히 어울린다. 대표 생산국은 브라질,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과테말라이며, 고도 1200~1800m에서 재배된다. Bourbon은 에스프레소, 필터, 라테 등 어떤 방식에서도 제 맛을 발휘하며, 바리스타의 기술에 따라 표현력도 확장된다. 적절한 로스팅 포인트를 잡으면 입안에서 퍼지는 깊고 부드러운 단맛은 고객에게 가장 친숙한 첫인상을 선사한다.



Geisha: 꽃이 입안에 피어나는 순간

Geisha는 커피 품종 중에서도 단연 최고급으로 꼽힌다. 원산지는 에티오피아이지만, 파나마의 에스메랄다 농장에서 세계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후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에티오피아 등 고지대 중심으로 재배되고 있다. Geisha의 가장 큰 매력은 향이다. 재스민, 장미, 라벤더 같은 꽃향기와 함께 복숭아, 망고, 시트러스의 향미가 겹겹이 쌓인다. 한 모금 마시는 순간 티처럼 맑고 우아한 바디감이 느껴지며, 뒷맛은 백차처럼 깔끔하게 떨어진다. 대표 생산국은 파나마,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코스타리카 등이며, 고도는 1800m 이상, 정밀한 핸드피킹과 워시드/내추럴 가공법을 통해 향이 배가된다. 바리스타라면 Geisha는 단순한 커피가 아닌 '체험의 예술'로 접근해야 한다. 직접 브루잉하여 물 온도, 추출 시간, 분쇄도에 따라 어떻게 향미가 달라지는지 기록해 보는 것이 좋다. 고객이 Geisha를 주문했을 때 바리스타의 설명이 경험으로 뒷받침되어야 진짜다.



HDT: 실용성과 생명력의 결정체

HDT는 Hybrid de Timor의 약자이며, 아라비카와 로부스타의 자연 교잡으로 태어난 독특한 품종이다. 1920년대 동티모르에서 발견되었으며, 이후 수많은 하이브리드 커피 개발의 모태가 되었다. 대표적 하위 품종으로는 Catimor, Sarchimor, Colombia, Castillo 등이 있다. HDT의 가장 큰 장점은 병충해 저항성이다. 특히 커피 녹병(Roya)에 강하며, 기후 변화에도 비교적 잘 적응한다. 향미는 깔끔하진 않지만, 로스팅을 잘하면 다크 초콜릿, 캐러멜, 흑설탕의 묵직한 여운이 인상적이다. 대표 생산국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콜롬비아이며, 대부분 대량생산과 안정적 수확을 목표로 한다. 에스프레소용 블렌드에서 크레마 형성에도 유리하다. 바리스타라면 HDT를 단순한 저가 커피로 보기보다, 커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하이브리드 품종을 이해하는 것은 단지 향미보다 더 넓은 시야를 선사한다.



SL: 케냐의 자존심, SL28과 SL34

SL은 케냐의 스콧 연구소(Scott Agricultural Laboratories)에서 개발된 품종이다. 가장 유명한 두 가지는 SL28과 SL34이며, 각각 Typica와 Bourbon을 모체로 개량됐다. SL28은 건조에 강하고, SL34는 고습에 강한 특성이 있다. SL28은 블랙커런트, 자몽, 토마토 같은 강렬한 향미가 특징이며, 밝은 산미와 짜릿한 구조감이 인상적이다. SL34는 더 둥글고 초콜릿 향이 도는 편이다. 두 품종 모두 뛰어난 컵 프로파일을 보이며, 필터 브루잉에 특히 잘 어울린다. 대표 생산국은 케냐, 르완다, 우간다 등이 있으며, SL 품종은 주로 워시드 가공을 통해 선명한 산미를 강조한다. 컵 점수가 높은 스페셜티 등급에서 자주 사용된다. 바리스타라면 SL28의 시트러스와 SL34의 묵직함을 비교 체험해 보고, 로스팅 포인트와 브루잉 방식에 따라 어떤 맛이 살아나는지 직접 분석해야 한다. 케냐 커피를 다룬다면 SL 없이 설명할 수 없다.



마무리: 품종을 알면 커피가 달라진다

Typica의 고전적인 균형미, Bourbon의 진한 단맛, Geisha의 화려한 향기, HDT의 생명력, SL의 강렬한 산미. 이처럼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품종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스토리와 향미를 지녔고, 그것을 경험하는 바리스타는 커피를 더 깊이 있게 대할 수 있다. 이 글을 바탕으로 커피를 단순한 '카페 메뉴'가 아닌, 역사와 과학, 감각이 어우러진 복합적 매체로 경험하길 바란다. 커피는 공부할수록, 맛볼수록, 이야기할수록 더 재밌고 더 맛있는 음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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